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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이 : 언론 조회수: 2881    추천:217 2014-10-08 14:28:25
박봉에 연금까지…하위직들 ‘상후하박’에 울분 ---한겨레

박봉에 연금까지…하위직들 ‘상후하박’에 울분

등록 : 2014.10.07 21:57  수정 : 2014.10.08 10:47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7일 낮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러 청사 밖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심층 리포트] 공무원연금의 오해와 진실

① 나에게 공무원연금이란



구청 9급공무원 남씨

“노후는커녕 생계조차 빠듯”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에 관한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재정을 뒷받침하는 (정부) 보전금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큰 틀의 방향은 ‘더 내고 덜 받는’ 쪽이다. 공무원 노동조합 등 공무원 사회는 이에 거세게 반발한다. 복지 전문가들의 비판도 상당하다. 정부가 적정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공적연금의 기본 기능을 외면한 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가입자 간 갈등을 부추기며 제도 개편을 밀어붙인다는 반론이다. 제도 개편에 필요한 사회적 공론 형성에 도움이 되고자 공무원연금 제도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수도권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 남아무개(37)씨가 지난달 손에 쥔 월급은 180만2560원이었다. 9월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53시간의 초과근무 덕에 38만4090원의 시간외수당을 받았다. 남씨는 7일 “구민을 직접 상대하는 대민업무가 워낙 많은데다 오후 6시 이후에는 밀린 서류 작업을 해야 해서 ‘칼퇴근’은 불가능한 얘기예요. 저는 야근수당을 많이 받는 편인데, 실제 일하는 시간은 더 길어요”라고 말했다.



남씨처럼 공무원도 시간외수당을 받는다. 이때 적용받는 시급은 7247원(9급 기준). 민간기업의 30%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 5210원에 더 가깝다. 그나마 공무원 수당 규정의 ‘(시간외수당) 1일 4시간 상한제’와 ‘1일 1시간 공제’ 조항에 묶여 실제론 더 일하고도 수당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노량진 학원가 컵밥 포장마차 거리에서 밥을 먹는 공무원 수험생들의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애초 30대 초반에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했던 남씨는 직장에 모든 것을 바친 듯 살아가는 동료들을 보며 자신과 다르다고 느꼈다. ‘을’의 처지인 거래처 임원한테 서슴없이 ‘갑질’을 해대는 직속 선배의 태도도 몹시 불편했다. 6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늦깎이로 공직사회에 뛰어든 이유도, 민원인을 직접 만나는 업무를 마다하지 않은 것도, 그런 경험 때문이다. 남씨는 올해 초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공무원 월급도 많이 올랐다고 들었는데 제 연봉은 세금을 떼기 전 기준으로 얼추 2000만~2200만원 정도 될 거 같아요. 10여년 전 첫 직장에서 받은 연봉이 4000만원가량이었는데….”



남씨는 자신의 선택을 믿었다. 월급이 적다는 불만은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의 안정성, 공무원연금 등에 대한 기대로 상쇄했다. 정부가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연금 제도를 손질한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남씨는 “정년까지 앞으로 24년간 근무하면 퇴직 뒤 매달 130만원의 연금을 받을 거 같아요. 그런데 한국연금학회의 개편안을 적용하니 예상 연금액이 얼추 75만~9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더군요”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우리 구청이 기초생활수급자한테 매달 지급한 생계비가 2인 가구를 기준으로 83만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고위직과 하위직 보수격차

퇴직뒤 연금액 차이로 이어져

지난해 일반직 5급 기본급 205만원

9급은 120만원…10년 일해도 192만원

9급 공무원이 30년뒤 퇴직해도

매달 연금 76만원밖에 못 받아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



2010년 중앙부처 7급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행정주사보 강아무개(38)씨의 살림은 더 빡빡하다. 지난달 말 강씨의 농협 통장에 들어온 9월치 급여는 196만5000원이다. 7급 5호봉의 기본급 185만3400원에 모두 17시간의 초과근무수당(15만1810원)과 급식비(13만원), 직급보조비(14만원)를 더한 뒤 여기서 공무원연금 월 납입액으로 18만1240원, 건강보험료로 8만3910원 등을 뺀 결과다.



“5년차인데 월급 200만원을 넘기는 달이 많지 않아요. 우리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 작은 아파트를 전세로 빌렸는데, 매달 80만원씩 대출금을 갚고 있어요. 많지 않은 월급에서 대출금까지 덜어내면 생계 꾸려 나가기도 버거워요. 대출금 갚아 나가는 게 유일한 재테크예요.”



강씨는 2000년대 초반 대학을 졸업한 뒤 3~4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9년 7월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가 지난해 받은 연봉은 세전 기준 3196만원이다. 정부가 공무원 보수의 적정성을 평가할 때 흔히 비교 대상으로 삼는 노동자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지난해 대졸 초임 연봉이 3191만원이다.(한국경영자총협회 2013년 임금조정 실태조사)



강씨는 “똑같이 3~4년을 준비해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은 벌써 5000만~6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데, 퇴직 뒤 받는 연금만 문제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특히 최근 나오는 연금개편 방향은 우리처럼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하위직 공무원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35년이면 60살 정년을 맞는 강씨의 예상 연금은 월 179만여원이다.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편안이 나오면 여기서 얼마나 깎일지 그는 모른다. 강씨는 “노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당장은 경제적으로 좀 빠듯해도 나이가 들수록 숨통이 트일 거라는 기대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그런 희망이 당장 눈에 띄는 민간기업과의 보수 차이를 감내하고 공직에 머물 수 있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실제 한국조사학회의 민관 보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직 공무원의 보수는 민간기업 평균임금의 77.6%였다. 비교 대상이 300인 이상, 500인 이상으로 바뀌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공무원 사회 내부로 눈을 돌려봐도 하위직은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 정부가 고시한 ‘2013년 일반직 공무원 봉급표’를 보면 9급 1호봉으로 시작한 공무원은 첫달에 120만3500원의 기본급을 받는다. 5급은 205만300원을 받는다. 9급으로 시작한 공무원은 10년을 일해도 기본급 200만원이 안 된다.(192만5600원)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모두 포함해 공무원은 지난해 12월31일을 기준으로 100만1272명이다. 1~9급까지 직급을 갖는 일반직 공무원은 48만4532명, 그 가운데 6급 이하는 39만6378명으로 81%를 차지한다.



기본급은 물론 각종 수당도 직급에 따른 차이가 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하위직 공무원은 야근을 해도 민간기업의 30% 수준인 시간외수당을 받을 뿐인데, 4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시간외수당이 없는 대신 매달 기본급의 9%에 해당하는 관리업무수당을 받는다. 매달 정액으로 받는 직급보조비도 마찬가지다. 8~9급은 10만5000원, 1급은 그 7배가 넘는 75만원이다. 직책을 갖는 1~4급 공무원은 역시 고정적으로 35만~70만원에 이르는 직책수행경비를 받는다.



공무원 보수 체계와 안전행정부가 밝힌 직급별 평균 승진 소요 기간을 함께 고려해 따져보면, 군복무를 마치고 9급(3호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남성은 13년간 근속해야 4022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역시 군복무를 마친 5급(3호봉) 사무관의 1년차 연봉은 4021만원이다. 경력은 10년 넘게 차이가 나는데 연봉은 1만원 차이다.



30살부터 60살까지 일해서 받는 보수 총액(생애임금)도 5급으로 시작한 공무원은 22억6454만원을 받아 100인 이상 민간기업 노동자보다 3억793만원(15.7%)을 더 받았다. 9급으로 출발한 공무원은 같은 기간 15억5183만원을 받는다. 민간보다는 4억478만원, 5급보다는 7억1271만원 적다.

 

»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앞 도로에는 포장마차가 즐비하다. 공시생들을 위한 저렴한 식사를 내다 판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직 공무원의 직급 간 보수 격차는 퇴직 뒤에 받는 연금액의 차이로 이어진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자료를 보면, 퇴직 공무원 32만1098명의 평균 연금액은 월 229만원이다.(2013년 기준) 월 연금액이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퇴직자(45.35%)의 대부분은 7~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다.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가 지난달 말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하위직 공무원의 불만이 높은 것은, 이런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서다. 민간기업보다 낮은 공무원 보수와 공무원 직급 간 보수·연금액 차이를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43% 더 내고 34% 덜 받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지면, 특히 피해가 큰 쪽은 상대적으로 보수와 연금액이 적은 하위직일 수밖에 없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7일 “2009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2010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이 퇴직해서 받게 되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이미 국민연금 수준인 39.9%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34%를 깎는다면 하위직 공무원은 더는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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