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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이 : 기사 조회수: 2827    추천:315 2015-04-01 14:33:27
한겨레---대기업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국책연구원

대기업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국책연구원



등록 :2015-03-31 20:24수정 :2015-04-01 13:58



31일 열린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 해법에 대한 세미나장에서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 연구위원이 주요 업종 대표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격차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사로, 엘지전자는 B사로 익명화해 발표됐다.



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삼성·엘지전자 ‘전자 A·B’로

현대차는 ‘자동차’로만 표기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선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 그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대·중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세미나’라고 적힌 펼침막 옆으로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선임연구위원(박사)이 준비한 피피티(PPT) 화면이 띄워졌다.



세미나 일정이 미리 공지되는 과정에서 전날인 30일 연구결과가 언론에 먼저 소개됐고 이날 발표 자리에는 10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들 사이에 임금·고용 수준, 영업이익률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게 보도된 연구결과의 요지였다.(<한겨레> 3월30일치 14면 참조)



그런데 정작 산업연구원의 이날 피피티에는 삼성전자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전자 1’ 또는 ‘전자 A사’로, 엘지전자는 ‘전자 2’ 또는 ‘전자 B사’로 표기됐다. 현대차는 ‘자동차’라고 등장했다. 발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산업연구원 정책 세미나 발표장

대기업 이름 익명으로 처리

“기업 실명 언급 주의하라”

산업연구원장 발언 알려져



이 연구는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이 5대 주요 업종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8개 대표 기업을 골라, 금융위기 이후 이들과 협력업체 사이의 임금과 고용 수준, 영업이익률 등의 격차를 대조한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대기업 8곳과 협력업체를 합해 모두 1160곳의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등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수년치를 추적해 분석했다.



연구결과 삼성전자 대비 협력사의 임금은 2008년 53.5% 수준에서 2013년 44.7%로 격차가 커졌고, 삼성전자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7%에서 13.8%로 증가할 동안 협력업체들은 최근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와 협력사(비계열) 사이의 추세도 비슷해, 대기업의 성장 과실 독점이 심각한 상황임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임금소득 확대와 하도급 업체 적정 대가 지급 등이 사회적 화두인 상황에서 대기업엔 부담이 될 수 있는 연구결과였다.



해당 업종 대표기업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임은 누구나 짐작할 만한 일이었고, 영업이익과 임금 등 구체적 수치로도 개별 기업이 어디인지 명확히 추정할 수 있었다. 또 연구결과는 일정이 미리 공지되며 언론에 사전 공개돼 지난 30일치로 기업 이름이 실명으로 보도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정작 연구발표 현장에선 기업 이름이 감춰진 채 결과가 공개됐고, 이 연구를 두고 이어진 전문가들의 현장 토론은 실명으로 진행되는 풍경이 연출됐다.



앞서 기업 실명이 보도된 30일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간부회의 자리에서 ‘기업 실명 언급을 주의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동수 산업연구원 기획조정실 실장은 “특정 기업을 언급하면 이해관계에 얽힐 소지가 있으니 특정 업체를 거론하는 것보다는 중립적 자세에서 얘기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정도의 기본적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모두 다 삼성전자, 현대차라고 언급하며 토론하는 자리에서조차 정작 연구 당사자는 익명으로 얘기하는 태도는, 국책연구기관이 객관적 사실을 찾아내 현실에 적합한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정치적 파장을 먼저 우려하는 한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세미나를 마치는 마무리 발언에서 “준비를 많이 했지만 오늘 발표한 내용이 두루뭉술하게 발표된 한계도 있다고 자체적으로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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