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0조원을 들여 매입한 구 한국전력 부지의 공공기여금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현대차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서울시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0조원을 들여 매입한 구 한국전력 부지의 공공기여금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현대차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강남구는 여전히 2조원에 가까운 구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의 용처를 놓고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고 있다.
지난 12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서울시 브리핑실에서 “박원순 시장이 잠실운동장 개발을 위해 불법으로 국제교류 복합지구 구역 변경을 감행했다”면서 구민으로서의 자신을 포함한 범구민 비상대책위가 오는 20일 전까지 행정소송인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고시’에 대한 무효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비대위는 오는 18일 경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날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 공공개발 추진단장이 강남구의 주장을 적극 반박한 데에 대한 재반박의 성격이다. 권해윤 단장은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은 현대차그룹의 제안일 뿐 정확한 총량은 사업계획을 반영한 감정평가가 시행돼야 산출된다”면서 “강남구의 주장은 임신하자마자 아기가 언제 출생하느냐며 조르는 격”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권해윤 단장은 “국제교류복합지구가 강남구와 송파구에 속하는 만큼 강남구 사업에도 당연히 쓰일 것인데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신연희 구청장의 기자회견이 먼저 잡혀있었기는 했지만 양자가 각자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치고받는 형국이 지속돼 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서울시는 2000억~2500억원을 잠실운동장 리모델링에, 탄천도로 지하화에 4000억원 정도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강남구에 쓰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현재 서울시와 강남구는 삼성동 구 한전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송파구에 속하는 잠실운동장 일대까지 포함한 국제교류 복합지구에 이 기여금을 쓰겠다는 입장이고 강남구는 온전히 강남구를 위해서만, 특히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센터 건립(영동대로 원샷개발)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 달여 간 양측의 입장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신연희 구청장이 시청을 찾아가는가 하면 설마 하던 법적 다툼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양측의 갈등이 법정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면서 중간에 낀 현대차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데에 있다.
특히 2017년 초부터 착공에 들어가야 하는 현대차는 구 한전 부지 지하의 변전소 이전을 미리 완료해야 하는데, 강남구가 이를 허가하지 않으면서 시작부터 꽉 막힌 단계다. 현재 삼성동 한전 별관동 지하에는 삼성동 일대 6035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3924㎡ 규모의 삼성변전소가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강남구에 변전소 이전·증축 신청을 했지만, 강남구가 “구체적 계획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변전소 이전 허가는 관할구청인 강남구의 몫으로 이전에는 1년 6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연희 구청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이 구 한전 부지를 매입했을 때 강남구는 행정지원을 아낌없이 해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현재는 허가할 수 없다”면서 “서울시가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개발에 전적으로 쓰겠다고 약속하면 구청장이 책임지고 허가해줄 수 있다”고 밝혀 결국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변전소 이전 허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