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12.15 00:39 수정 2015.12.15 14:01 | 경제 6면 지면보기 PDF
이소아 기자 ....
글로벌 기업 광고 미다스의 손
현대차 광고 총괄 크레이건
“무에서 유 창조한 정주영 회장
도전 마인드야말로 매우 창의적”
제레미 크레이건 이노션월드와이드 부사장.
.“인터넷과 기술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 같지만 결국 브랜드 성공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제네시스’를 글로벌 명품차 브랜드로 내세워 ‘제2의 탄생’을 선언해 주목받았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 광고를 총괄하는 제레미 크레이건(52) 이노션월드와이드 부사장이 처음으로 브랜드 방향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노션은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로 지난 6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최고책임자(CCO)로 크레이건 부사장을 영입했다. 영국 출신의 크레이건 부사장은 두 차례의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를 비롯해 주요 수상경력만 1000여건에 이르는 광고계의 거물로 꼽힌다. 폴크스바겐·버드와이저·소니·필립스 등 숱한 글로벌 기업의 광고·마케팅이 그의 손을 거쳤다.
크레이건 부사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첫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현대·기아차는 뛰어난 디자인과 기술력에 비해 글로벌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며 “두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완벽하게 확립하는 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라고 밝혔다.
크레이건 부사장은 지금껏 이노션 한국 본사와 17개 해외 법인을 돌며 상황을 파악하는 등 사전작업에 공을 들였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는 “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읽고나서 ‘해봤어?’라는 도전 정신이 현대차 슬로건인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의 뿌리란 걸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크레이건 부사장은 “흔히 한국을 가리켜 제조능력은 강하지만 창의성은 부족하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제조 기업들도 창의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새로운 생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주영 회장의 도전 마인드야말로 매우 창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마케팅의 단서도 도전에서 찾았다. 크레이건 부사장은 “현대차의 브랜드 정서는 ‘도전과 인간성’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대차만의 ‘휴먼 스토리’가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꼽은 가장 인상깊은 현대차 광고는 ‘우주로의 메시지(A Message to Space)’다. 우주비행사인 아빠를 그리워하는 딸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제네시스 11대를 이용해 우주에서도 보이는 초대형 메시지를 만드는 스토리다.
크레이건 부사장은 “내가 이노션에 오기 전 작품이지만 현대차 브랜드에 가장 적합한 훌륭한 창의적 시도”라며 “최첨단 기술이라도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본적 접근을 통해 시너지를 낼 때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요즘엔 사회공헌 활동도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는 “폴크스바겐 사태로 유럽시장에서 ‘신뢰도’ 이슈가 높아졌다”며 “사회공헌 활동 광고의 경우 참신한 아이디어와 진실성에 기대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레이건 부사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현대·기아차 브랜드를 한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글로벌 최고 브랜드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이노션이 세계 곳곳의 인재가 모여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열정과 시간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