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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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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6 14:37: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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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금융시장 요동] ‘느린 금융위기’의 공포 |
[국내외 금융시장 요동] ‘느린 금융위기’의 공포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입력 : 2016-02-15 23:48:00ㅣ수정 : 2016-02-15 23:58:16
예전엔 짧고 굵었던 V자형 위기…이제는 일본형 ‘긴 터널’
세계 곳곳에서 각종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주요국 증시가 연쇄적으로 폭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불안한 2016년, 환율 요동 유가 하락과 중국발 불안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서울 종로의 한 금융정보회사 전광판에 표시된 원·달러 환율 추이가 파도가 출렁이듯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 급락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에 불을 지폈고, 경기 부양을 위한 유럽·일본의 잇따른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오히려 주가 폭락과 은행 부실 가능성을 초래하며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짧고 굵게’ 지나갔다면, 현재의 위기는 공급과잉, 저성장, 정책 무력화 등 보다 근본적 문제로 촉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느리고 긴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1일 글로벌 펀드의 투자기준이 되는 세계적인 주가지수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세계지수는 지난해 5월21일 기록한 고점에 비해 20%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12%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7% 급락했다. 홍콩H지수는 47% 폭락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5%, 한국 코스피지수도 14%가량 떨어졌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붕괴는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이 크다.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서만 20% 하락했다. 여기에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6.9%)이 2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경기 침체 우려를 증폭시켰다.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는 글로벌 경기의 동반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걱정을 키우고, 걱정이 공포로 확산되는 악순환에 빠진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에 이은 ‘3차 위기’가 시작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를 짚어보면 당시에도 위기의 전조는 2년 전부터 있었다. 2006년 말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전까지 저금리를 바탕으로 크게 늘었던 주택 모기지 대출이 부실화되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르자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급등했고, 이 담보대출을 바탕으로 투자은행들이 인수했던 자산담보부증권(CDO)도 휴지 조각이 됐다.
최근 진행되는 위기는 2008년과는 또 다른 형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5일 “지금까진 ‘그냥 안 좋다’ 정도였지만, 올해에는 경기가 썩 나쁘지 않더라도 파산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며 “과거처럼 외부적 쇼크가 있고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V자’형으로 짧고 굵게 위기가 지나갈 수 있지만, 지금은 일본형으로 굉장히 지지부진하게 가는 안 좋은 상황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저유가의 충격을 못 견디고 중앙아시아 3대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존립도 위태롭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저유가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에너지 기업 400여곳이 도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락으로 유럽 은행들이 떠안게 된 에너지 기업들의 부실 여신도 불어나게 됐다. 여기에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은행의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때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은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받고 이를 대출해 생기는 예대마진을 주요 수익원으로 한다.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사람들이 돈을 맡기지 않고, 대출도 이뤄지지 않아 은행으로선 존립 기반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셈이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지난해 9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낸 것으로 나오고, 코코본드(후순위 전환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로존 은행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확대됐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위기는 일시적 충격을 받아 금방 일어날 수 있었다”며 “이번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겪게 되고,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서서히 주저앉고 있어 다시 일어나는 데에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고, 주요 20개국(G20)이 정책 공조를 취하면서 어느 정도 봉합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앙은행의 돈풀기 정책이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며 사실상 무력화돼 있다.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는데도 엔화 가치가 떨어지기는커녕 초강세를 보이는 일본이 단적인 예다. 또 지금은 2008년과 달리 위기에 대한 공동 대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각국이 각자도생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훨씬 강한 정책들을 썼는데도 거의 개선된 것이 없는 상태”라며 “이젠 남은 카드도 별로 없고,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다 보니 공포가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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