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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이 : 역사학자 조회수: 2957    추천:252 2014-01-10 14:49:51
나에게 묻는다

파블로 네루다 (1904-1973, 1971 년 노벨문학상 수상-- 칠레 시인, 외교관)



정현종 옮김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돌들로 어두워진 땅이라든가



살아 흐르느라고 스스로를 망가뜨린 강에 대해 말할 수밖에;



나는 다만 새들이 잃어 버린 것들에 대해 알고,



우리 뒤에 멀리 있는 바다에 대해, 또는 울고 있는 내 누이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 서로 다른 장소들이, 어찌하여 어떤 날이



다른 날에 융합하는 것일까? 어찌하여 검은 밤이



입속에 모이는 것일까? 어째서 이 모든 사람들은 죽었나?





나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가진 것들 얘기부터 할 수밖에 없다.



참 쓰라림도 많은 부엌 세간,



흔히 썩어 버린 동물들,



그리고 내 무거운 영혼 얘기부터.



만나고 엇갈린 게 기억이 아니다,



망각 속에 잠든 노란 비둘기도;



허나 그건 눈물 젖은 얼굴들,



목에 댄 손가락들,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그런 것;



어떤 날의 어두움은 이미 지나가고,



우리들 자신의 음울한 피로 살찐 어떤 날의 어두움도 지나가고.





보라 제비꽃들, 제비들,



우리가 그다지도 사랑하고



시간과 달가움이 어슬렁거리는



마음 쓴 연하장에서 긴 꼬리를 볼 수 있었던 것들.





허나 이빨보다 더 깊이 들어가지는 말고,



침묵을 싸고 자라는 껍질을 잠식하지도 말자,



왜냐하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죽은 사람이 참 많고



붉은 태양이 흔히 갈라놓는 바다 제방이 참 많고,



배들이 치는 머리들이 참 많으며,



키스하며 몸을 감는 손들이 참 많고,



내가 잊고 싶은 게 참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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