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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이 : 역사학자 조회수: 2757    추천:220 2014-02-27 14:54:48
폭군의 속죄와 선행

아쇼카왕과 불교 전파



승원의 안정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던 사람이 바로 유명한 아쇼카 왕입니다. 인도 마우리야 왕조의 제 3대 왕이었던 아쇼카대왕(Asoka, BC274-237)은 인도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하고, 이 제국에서 불법을 이상으로 삼아 통치를 펼쳤던 불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법자의 한사람입니다. 아버지 빈두사라왕과 후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비천한 신분이었던 아쇼카왕은 형 수시마를 비롯하여 99명의 형제들을 죽이며 왕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즉위 직후 자신을 모욕하는 대신 5백 명과 궁녀 5백 명을 죽일 정도로 잔혹했다고 합니다.



한편, 궁궐 한쪽에 `지옥'을 만들어놓고 여기를 찾는 사람은 모두 죽였을 정도였읍니다. 그런 그가 불교에 귀의한 것은 즉위 8년 칼링가왕국을 정복하고 나서입니다. 전쟁으로 숨진 10만 명의 병사와 울부짖는 가족을 보면서 그는 무력에 의한 정복이 덧없음을 느끼고 불법에 귀의했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어떤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계기로 불법에 귀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어느 날 한 스님이 궁궐 내의 '지옥'을 여염집으로 알고 탁발하러 갔다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 스님을 죽이려 하자 "일주일만 여유를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열심히 정진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진의 마지막날 불륜에 빠진 아쇼카왕의 왕자와 궁녀가 잡혀 왔는데, 지옥의 사형집행인이 그들을 절구통에 넣고 찧어 죽이는 광경을 보고 그 스님이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고 합니다.



다음날, 그 스님을 죽이려고 스님을 가마솥에 넣고 불을 지폈지만, 아무리 때어도 물이 끓질 않자 뚜껑을 열어보니 그 스님이 연꽃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아쇼카왕에게 보고하자, 아쇼카 대왕과 그 스님의 극적인 대면이 이루어졌는데, 그 때 스님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은 일찍이 부처님으로부터 그분의 유골을 나누어 팔만사천탑을 세울 분으로 예언받은 분입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지옥을 만들어 사람을 괴롭히고 그것을 즐기고 있습니까?

일체 중생의 공포를 없애 주셔야 합니다."

이 말에 아쇼카왕은 정신이 들어 불법에 귀의했다고 합니다.



어째든 잔인한 정복자에서 전법왕으로 극적인 전환을 이룬 그의 인생만큼 인도제국과 불교는 그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불교는 국가의 통치이념이 됐고, 왕의 흥불정책에 의해 수많은 불탑과 사원이 생겨나고 신도가 급증했습니다. 그리고, 인도 동북방의 일개종파에 불과했던 불교교단과 그 가르침이 바야흐로 세계종교로서 발전해갈 일대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라의 통치이념으로 삼아 '법(法,Dharma)에 의한 정복'을 실천해나갔다고 합니다. 그가 이야기한 법의 핵심은 자비와 평등 이념의 실천, 올바른 인간관계의 확립이었습니다. 아쇼카왕은 특히, 불살생을 중히 여겨 법의 제1장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당장 왕실의 요리를 위해 매일 수백 마리씩 희생되던 사슴과 공작 등의 살생을 금하고 이를 백성에게도 전파하였습니다. 샛끼를 배거나 젖을 떼지 않은 생물은 물론 삼림의 방화, 가축에 불도장을 찍는 일도 금지하였습니다. 그리고, 백성의 인권과 생활도 크게 개선하였습니다.



인도전역에서 발견된 석주(돌기둥)와 마애석에 새긴 아쇼카 법칙에는 "설사 죄인이라도 딸린 아이가 있던지, 노쇠하던지, 불행을 당하고 있으면 석방하라. 또, 사형이 확정된 수인에게 3일의 유예기간을 주고 그의 친족들이 재심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라. 만약 재심이 성공치 못해도 보시를 한다든지, 단식을 하게 하라"는 인권조항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왕은 사람, 가축을 위한 병원의 건립과 약초재배, 우물설치, 죄수석방 등 민중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데 진력했습니다. 그는 `법은 곧 선(善)이다'고 정의하고 "법은 부모에 대한 순종, 친구, 친족, 바라문, 사문에 대한 보시, 노예에 대한 올바른 대우, 무의탁자, 가난한 자, 노인, 죄수에 대한 보호, 동물의 불도살, 불살생, 불상해다"고 설하였습니다.



그리고, 총칼을 든 총독 대신 법대관(法大官)을 앞세워 이를 이행케 하였습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적은 지출과 적은 저축'을 권하고 있는 조항입니다. 저축을 통한 부의 축적을 미덕으로 여기는 오늘날 곱씹어 볼만한 대목입니다. 그리고, 불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지만 불교 용어를 전혀 사용치 않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왕의 법(法)에는 사성제, 팔정도는 물론 연기, 윤회 등의 일반적 불교용어조차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불교도가 된 후 맨 먼저 부처님 4대성지인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붓다가야,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한 녹야원, 부처님이 열반하신 쿠시나가라 등을 순례하였습니다. 왕은 룸비니 동산에서 쿠시니가라까지 여행을 하며 금강보좌를 기증하기도 하고 사원을 지을 토지와 재물도 보시하였습니다. 백성들이 순례여행을 할 수 있도록 성지로 가는 도로를 닦고 길거리에 가로수를 심고 휴게소를 짓기도 하였습니다.



왕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백성에게 불교를 전파하는 한편, 불사리탑을 전국에 지어 만백성이 참배케 하였습니다. 8등분되어 있던 불사리탑 즉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부처님의 뼈를 8등분하여 안치했던 탑 가운데 7개의 사리탑이 해체돼 8만4천개의 스투파(불탑)로 나눠져 봉안되었습니다. 왕은 그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각 불탑에 장원을 기증하고 장원에 상납되었던 공물로 불탑을 유지하게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재가신자들의 소유였던 불탑에 대한 지원은 불교의 민중화를 도모한 것이었고 향후 대승불교의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외전도사 파견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아쇼카는 자신의 아들 마헨드라와 여동생 상가미트라를 스리랑카에 파견한 것을 비롯하여 시리아, 이집트, 마케도니아 등 주요국가에 전법사를 파견하였습니다. 그는 해외에 전도사를 파견할 때 꼭 5인1조로 나서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를 통해 불교는  세계종교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습니다.



또한 왕은 승가에 토지와 건물을 보시하였는데, 이러한 보시의 결과로 스님들이 한 곳에 정착하게 되어 승원이 안정되고 아비달마 불교(부파불교)가 발달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아쇼카왕의 도움으로 사원은 상당히 여유 있는 살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역설적인 예로 6만 명이나 되는 비불교도들이 승가에 몰래 잠입하여 함께 살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들로 인해 승가에서는 정상적인 포살 등의 의식을 7년 간이나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쇼카왕이 목갈라풋타 팃사라는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사원 안에 살고 있는 비불교도를 색출하고 1천명의 아라한을 모아 회의를 하고 외도의 사상을 타파하는 모임을 가졌다고 합니다. 남방불교에서는 이것을 제3결집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록을 통해 볼 때에도 승가가 상당히 여유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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