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칭 ‘귀족노조’로 불리는 대기업 노조가 너무나 세상민심을 모른 채 유아독존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창사 이래 처음 ‘수주절벽’으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선 현대중공업 노조의 과잉 임단협 요구안이 세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조가 ‘과장승진 거부권’을 제도화 해달라고 요구했다니 도대체 무슨 속셈인가.
현대차 노조, 과장승진 거부권 요구
▲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과장 승진을 거부하는 협상안을 사측에제시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홈페이지>
매년 파업 투쟁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대리(代理)까지는 자동승진제 보장을 요구하면서 과장(課長) 승진은 거부하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요지다. 보도에 따르면 주로 남양연구소 소속 연구원과 일반 조합원들이 과장 승진을 거부하여 노조를 통해 이를 사측에 요구했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무슨 속셈으로 승진을 마다할까.
과장으로 승진하면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여 휴일 혜택 등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인력구조 조정에 따른 해고 불안이 닥쳐올 수 있다는 계산인 모양이다. 반면에 조합원으로 남아 있으면 막강한 노조의 보호망 아래에서 매년 호봉승진을 누릴 수 있으니 억대 연봉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계산으로 보면 과장승진 거부권을 요청한 배경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사측의 인사권은 어찌 되는가. 회사의 경영난과 상관없이 노조의 보호망 속에 정년퇴직 시까지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속셈 아니고 무엇인가. 자동차산업의 오늘이 태평성대인 줄로 착각하는 것인가.
글로벌 경기위축에 우리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돌입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고 정부가 경기민감업종과 공급과잉 분야 구조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점에 임금과 후생복리 인상 요구안에다 과장승진 거부권까지 요구하는 것이 정상인지 우리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독선 국민눈총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운명은 어찌될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어찌될까. 채권단과 자율협약 안 되면 법정관리로 갈 수 있고 회생전망이 어두워지면 통폐합이나 파산으로까지 갈 수 있는 운명 아닌가.
정부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통해 살리는 방안을 검토한다지만 첩첩산중이다. 한은법이나 산은법을 개정해야 한다니 여소야대 정국에 쉬운 일인가. 더구나 국제사회가 부실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돈을 지원하면 통상마찰 요인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식한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단번에 사업구조, 인력구조 조정하고 고연봉을 절반으로 축소하면 금방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 당면한 위기는 죽기살기 식으로 노사가 한마음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생존할 길이 없는 것은 분명하지 않는가.
세계 최대 최고를 자랑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이 5개 계열사 임원 60명을 퇴직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단은 아예 연봉을 반납하고 휴일근로도 폐지키로 했다. 지난해 사무직 중심으로 1,300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지만 다시 추가 조치로 생산직을 포함한 3,000명의 인력감축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도 2019년까지 추가로 3,0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조는 경영악화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떠맡기느냐며 상경투쟁을 선언했다고 한다. 현대중 노조는 올 임단협 협상안에 회사가 적자인 경우에도 성과급 250%를 보장하라고 요구하여 세상의 눈총을 받고 있는 시각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사업장의 임단협에 사측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제약한 규정이 수두룩하고 ‘고용세습’ 조항도 유지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가 이를 시정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가 거부투쟁을 벌이겠다고 하니 제대로 개선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현대라면 정주영기업가정신 바탕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시점에 노조가 유아독존 식의 이기주의(利己主義)를 고집하게 되면 회사의 운명은 어찌될까. 기업은 망하고 근로자들은 일터를 잃게 되는 운명 외에 무슨 길이 있을까. 노조의 투쟁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자부해도 기업이 망하고 나면 갈 길이 없어진다.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은 고 정주영 회장의 특출한 기업가정신으로 창업되고 번영을 누려 왔다. 근로자들이 열심히 땀 흘려 이룩한 사업장이라고 자부할 수도 있지만 오로지 그 바탕은 정주영 기업가정신임을 결코 부인할 수는 없다.
글로벌 경기위축과 저유가 파동이 겹쳐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맡고 있을 때 정주영 회장이 생존해 있다면 어찌 대응할까. 세상물정 모른 채 파업투쟁 하려는 노조 속에 뛰어 들어가 설득하고 담판하며 위기극복 수를 내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을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을까. 우리네 안목으로는 배부른 근로자이고 귀족노조로 비친다. 한국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세력이 지배하는 노동권력이 노조 조직률로 보면 전체의 10.3%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절대다수인 비 노조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나 복리후생은 비교가 안 될 만큼 열악하다. 그런데도 늘 귀족노조에 소속된 근로자들에게서 파업투쟁이며 과장승진 거부권 등 듣기 민망한 과잉요구가 나오니 노조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갈수록 부정적이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 지도부는 대한민국 성공 브랜드의 상징인 고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존중하고 추앙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고인은 국내 최대재벌 창업주였지만 늘 “회장이기보다 돈이 좀 많은 근로자일 뿐”이라고 자부하는 소박한 삶을 보여줬다.
울산 현대중공업 사옥 벽에는 큼직한 글씨로 “우리가 잘 돼야 나라가 잘 되고 나라가 잘 돼야 우리가 잘 된다”는 구호가 적혀 있다. 바로 정주영 회장의 확고한 신념이자 행동기준이었다.
지금이 바로 이 같은 고인의 정신을 받들어 경영위기를 극복하는데 노조가 사측과 함께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오너 혈통의 반칙은 ‘독극물’
지난 4.13 총선이 끝난 후 조선, 해운분야 구조조정 과제를 보면서 자랑스런 한국경제가 참으로 딱하고 불쌍한 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면한 위기는 개별기업 차원이나 정책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부문이 많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경기위축에다 앞이 보이지 않는 국제 저유가 파동이라 할 수 있다. 과당경쟁을 통한 저가수주와 방만경영에다 무사안일한 경영도 원인이다. 여기에 노조의 강력한 정치적 파워가 적기에 구조조정을 거부한 결과도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노조가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돌리고 오너와 CEO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결코 옳다고 동의할 수 없다. 노사가 다 같이 책임의식을 분담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조정에 적극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오너 혈통의 도덕적 해이도 무섭게 다스려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생사의 운명이 불확실한 한진해운이 채권단과 자율협정을 맺기 직전, 최은영 전 회장이 소유주식 전량을 매각하고 30억원을 먹튀한 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관계당국의 엄정한 조사를 거쳐 문책이 따를 것을 기대한다.
과거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이 부도상황 속에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남발하여 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혀 중형을 받은 사례가 있다. 또 몽고식품 김만식 전 명예회장, 대림산업의 3세 이해욱 부회장,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현대BNG스틸 정일선 회장 등의 ‘인간학대’ 등도 재벌경영 방식이나 오늘의 위기극복을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독극물’이나 다름없다.
노조권력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해야 할 상황에서 이런 나쁜 사례가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해 보라. 단순한 사과형식이 아니라 이들 악례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