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21일 오전 ‘세월호 사건’ 관련 보도를 비판해 MBC와 동료 기자로부터 피소된 이상호 MBC기자에게 원심의 판결이 정당하다며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모욕죄에 대한 형사소송 판결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2014년 5월 8일 해직자 신분으로 <고발뉴스>에 몸담고 있었던 이 기자는 진도 팽목항에서 뉴스를 진행하면서 “MBC가 언론이기를 포기한 노골적인 왜곡 보도로 대통령을 옹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발뉴스 영상에는 이 기자가 지난 2012년 MBC 노조의 파업 중에 입사한 A기자(원고)에게 “파업 중에 일하는 게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해당 기자는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느끼기도 한다”라고 답한다.
이어 이 기자는 “부끄럽지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기자 명함을 파고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리고 있다. 여러분들이 시청하시는 방송은 시용 기자들이 만드는 뉴스가 아닌 흉기”라고 비판했다.
▲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팩트TV 화면캡처
이에 MBC와 A기자는 이 기자를 모욕죄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 기자의 무죄가 인정됐다. 이 기자의 표현이 “MBC 보도의 공정이 훼손되고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그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박평균)는 이 기자에 대한 모욕죄 여부를 판단하면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바, 어떤 글이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을 담고 있을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살펴보아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1433 판결 등 참조)”는 판례를 참조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을 인용했는데, 앞서 원심은 “이 사건 각 보도의 경위와 배경, 보도의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 모욕적 표현이 전체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표현의 수준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상호 기자)의 이 사건 각 보도행위는, 피고인이 △△일보 파업사태와 관련하여 MBC 노조의 파업 당시 사측이 비정규직 경력기자를 채용하였던 사실 및 당시 채용된 경력기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하고 자신의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MBC 보도의 공정이 훼손되고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그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박평균)은 지난 4월 21일 오전 10시에 열린 모욕죄에 대한 형사소송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상호 기자의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판결 이후 피고측 대리인 김성훈 변호사(사진 왼쪽)와 이상호 기자가 법원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PD저널
이에 따라 이 기자의 리포트 내용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정당행위)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형법 제20조에 따르면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 한다’고 나와 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이 사건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법리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검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이 이 기자의 무죄를 인정한 가운데 MBC는 21일 공식입장을 내고 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MBC는 “조롱과 왜곡이 뒤섞인 거칠고 과격한 발언에 모욕을 느낀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공영방송 문화방송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실이 명확함에도 그 발언 당사자에게 아무런 법률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문화방송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문화방송은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는 문화방송 조직의 활기를 흩뜨리고, 회사가 부여한 자신의 위치와 자격을 망각한 채 구성원의 결속력을 저해하는 이상호와 같은 어떤 유형의 발언과 돌발행태에도 당당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